출처
세계일보
작성일
2019. 04.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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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터키] “어?” 별나라 풍경 “와 …” 할 말을 잃다

[박윤정의 원더풀 터키] “어?” 별나라 풍경 “와 …” 할 말을 잃다

③ 카파도키아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삭막한 아나톨리아 고원 위 독특한 지형이 우뚝 솟아있다. 구멍 뚫린 바위들과 비쭉비쭉 튀어나온 언덕들이 엉켜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화산활동과 풍화작용으로 이뤄진 카파도키아는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경이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그 풍경을 오롯이 감상하기에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제격이다 보니 카파도니아의 열기구는 이곳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 하지만 새벽녘에 날씨가 좋지 않아 열기구가 뜰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제 저녁 무리한 스키로 한바탕 소동을 치른 뒤라 새벽 출발이 부담스러웠는데 차라리 다행이라 여기며 느긋한 아침을 맞이한다. 새벽 태양이 오르는 카파도키아를 보지 못하여 아쉽지만 푹 잘 수 있어서 지난밤 걱정했던 무릎이 한결 가벼워진 듯하다. 출발시간이 지연되어 여유를 갖고 호텔을 나섰다.

자연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이야깃거리가 가득 찬 카파도키아는 한때 화산 활동이 활발했던 중앙 아나톨리아 지역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카파도키아를 즐기는 일정으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열기구 투어와 하이킹 투어가 가장 매력적이지만 날씨와 컨디션 탓으로 열기구와 하이킹을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괴레메 야외박물관과 우츠히사르 바위성, 괴레메 근교의 밸리를 방문하기로 했다.

무장한 경찰. 터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하나인 괴레메 야외 박물관 지역의 훼손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우츠히사르 성 앞의 말린 과일을 파는 상인들. 맛보기를 권한다.

 

가는 길 차량이 잠시 주유소에 정차해 물과 간식거리를 사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네브세히르(Nevsehir)로 향했다. 네브세히르는 카파도키아에 도착하는 버스의 종점으로 본격적인 카파도키아 여행의 시작 지점이기도 하다.

첫 목적지는 괴레메(Goreme) 야외 박물관이다. 괴레메는 굽이굽이 황량한 계곡에 둘러싸인 곳으로 언덕 아래 움푹 파인 땅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지역이다. 현지 사람들이 ‘요정 굴뚝’이라고 부르는 독특한 암석 지대에 위치한 야외 박물관은 비잔틴 시대 생활을 보여주며 자연이 빚어낸 예술품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골짜기 안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기암괴석과 함께 암석 안을 파서 지은 주거지와 교회가 마법같이 펼쳐져 있다. 오래된 거주지를 이용한 부티크 호텔이 들어서 있고, 거주지 사이로 난 골목길에서는 세월의 주름이 가득한 노부인들이 뜨개질을 하며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우츠히사르 성. 카파도키아에서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도 보이는 랜드마크이다. 터널 구멍이 수없이 뚫려 있어 피난처로 사용되기도 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무장한 경찰이 눈에 띈다.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이라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다. 터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하나인 이 지역의 훼손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경찰의 뒤로 동화 속 한 장면처럼 구멍 뚫린 바위들과 비쭉비쭉 튀어나온 언덕들이 엉켜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작은 종족들이 살았을 듯한 계곡은 태양 아래 빛과 그림자가 어울려 높이가 다른 바위 아래로 오렌지빛깔이 스며든다. 문득 그 아래 수 미터 깊이 뻗어 있는 예배당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도시가 궁금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동굴호텔의 식당.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넓은 공간에 이르기도 하고 지하의 와인 저장창고도 나온다.

 

자연과 인류의 독특한 유산 카파도키아는 오랫동안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지역이었다. 실크로드(Silk Road)를 비롯한 중요한 무역 루트가 이곳을 중심으로 동서로, 남북으로 횡단되었으며 이로 인해 다양한 종교와 철학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역사적인 문화적 공간이 되었다. 전략적 중요성으로 잦은 침략과 약탈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동굴을 파고 출입구를 은폐했으며, 물의 근원지, 음식을 저장하는 장소, 포도주 양조장과 심지어 사원까지 동굴 안에 만드는 거대한 지하도시를 이루어 냈다.

동굴 호텔. 로마의 박해를 피해 도망 온 그리스도인들이 부드러운 화산재 응회암이 조각하기 쉬운 것을 알게 되면서, 자연의 동굴을 확장시키고, 연결하여 주거와 교회 및 수도원을 만들었다.

 

다양한 종교와 철학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역사적인 문화적 공간인 카파도키아. 전략적 중요성으로 인해 잦은 침략과 약탈이 이뤄지기도 했고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동굴을 파고 출입구를 은폐했다.

거리를 따라 걸으며 시대를 거슬러 다시 현재에 이른다. 우치히사르 성 앞이다. 말린 과일을 파는 상인들이 맛보기를 권한다. 낯선 과일들 이름을 묻고 몇 가지를 사들었다. 성을 오르기 위해 한 걸음씩 내딛는다. 노출된 화산암을 깎아 만든 높은 성은 카파도키아에서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도 보이는 랜드마크이다. 터널 구멍이 수없이 뚫려 있어 오랜 세월 동안 피난처로 사용되기도 했다는데 미로 같은 좁은 길을 지날 때마다 성이 맞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머리를 숙여 이리저리 길 따라 오르니 전망대가 등장한다. 바위 너머 넓은 전원지이다. 넓게 둘러싸인 아래를 보니 아래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하이킹 투어 안내판. 카파도키아를 즐기는 일정으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열기구 투어와 하이킹 투어가 가장 매력적이라 한다.

성에서 내려와 동굴 호텔로 향했다. 하룻밤 묵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점심 식사를 멋진 동굴호텔에서 할 예정이다. 입구는 지상인데 식당은 아래층이다. 테이블에 자리하고 양해를 구하니 호텔을 안내해준다. 이리저리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넓은 공간에 이르기도 하고 지하 와인 저장창고도 나온다. 지하라고 하기에는 아늑한 공간이다. 로마의 박해를 피해 도망 온 그리스도인들이 부드러운 화산재 응회암이 조각하기 쉬운 것을 알게 되면서, 자연의 동굴을 확장시키고, 연결하여 주거와 교회 및 수도원을 만들었다. 평화와 안전을 필사적으로 추구했던 이곳에 이제는 요정 굴뚝이라 불리는 바위틈 사이사이로 호텔들이 자리하고 있다.

 

악마의 눈을 뜻하는 블루 아이들이 달려 있는 나무. 괴레메 근교의 밸리에서 관광객들이 부적으로 매달아 놓는다.

바위가 더듬이처럼 튀어나온 계곡 절벽을 바라보며 과거의 흔적을 찾는다. 수많은 교회와 예배당이 다양성과 예술성을 지닌 채 많은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낙타가 자리한 데브렌트 밸리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