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세계일보
작성일
2019. 0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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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발칸반도] 무너진 다리... 내전의 아픔을 딛고 사람을 잇다

[박윤정의 원더풀 발칸반도] 무너진 다리... 내전의 아픔을 딛고 사람을 잇다

[박윤정의 원더풀 발칸반도] (19)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모스타르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에서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모스타르(Mostar)까지는 350Km 거리로 4시간을 넘도록 꼬박 운전했다. 해안 길을 따라 남쪽으로 되돌아오는 길은 아름다운 풍광이 어둠에 가려지면서 무서움으로 다가왔다.

모스타르(Mostar).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있는 네레트바 강 깊은 계곡에 우뚝 솟은 역사적인 도시로, 옛 터키 양식 주택과 ‘스타리 모스트(Stari Most)’라는 오래된 다리로 유명하다.

호텔에 전화하여 늦은 밤 도착할 거라 미리 이야기해두었지만, 야간운전 탓에 여정이 예상보다 더 늦어졌다. 마음은 초조한데 내비게이션은 엉뚱한 길로 안내한다. 한 치 앞 풍광이 보이지 않으니 이 길이 맞는 길인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다른 방도가 없어 낭떠러지 같은 길을 따라 나선다. 비탈진 길을 달리는 차는 몹시 덜커덩거리며 흔들린다. 퉁탕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언덕 아래 도착하니 옛 철길 같은 선로 옆이다. 다행히 불빛들이 모여 있다. 불빛이 보이는 곳으로 가보니 예약한 호텔이 지척이다. 걱정했던 것보다 길을 잘 찾은 셈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호텔 안으로 들어서니, 아름다운 아가씨가 걱정했다며 반갑게 맞이한다. 순간 긴장감이 풀리고 굳어진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려는 찰나, 멈칫했다. 프런트 데스크 뒤 사무실에서 나온 남자분 하얀 윗옷에는 한쪽 팔이 없는 것이다. 당황한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보였는지 아가씨가 아빠라 소개한다. 밝게 웃으며 ‘모스타르의 역사를 알지?’라며 내 눈을 맞추고 서류를 작성한다. 아름다운 중세도시 모스타르를 할퀴었던 내전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놀라움과 피곤함으로 얼른 열쇠를 받아들고 방으로 향했다.

모스타르 관광지. 도시 전체가 오스만 제국 이전 건축, 동오스만제국 건축, 지중해와 서유럽 건축양식 등 여러 문화가 어우러져 있다.

다음 날 아침, 깊은 잠에서 깨어나 창문을 여니, 지난밤에는 보이지 않던 고즈넉한 석조건물들의 중세도시 풍경이 펼쳐진다. 간밤 본 가족들의 서비스를 받으며 아침식사를 한다. 가족이 경영하는 작은 호텔이라 그런지 더 살뜰하다. 아버지의 환한 웃음이 바람에 흔들리는 옷소매도 잊게 한다.

유럽 동남쪽에 있는 하트 모양의 땅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동서양 문명이 만나고 충돌하는 길고 매혹적인 역사를 품고 있다. 우리에게 ‘보스니아’로 익숙한 이 나라는 5만㎢가 조금 넘는 규모로, 물을 의미하는 고대 인도유럽어 ‘보사나(Bosana)’에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동쪽과 남동쪽은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북쪽과 서쪽은 크로아티아와 접한다. ‘보스니아’와 ‘헤르체고비나’는 민족보다는 지명을 지칭하는 말로, 보스니아인·세르비아인·크로아티아인의 세 민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보스니아인과 크로아티아인 중심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과 세르비아인 중심의 스릅스카 공화국으로 사실상 나뉘어 있다고 한다. 옛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을 구성하는 여섯 개 공화국 가운데 하나였으나 1990년대에 유고슬라비아 전쟁 시기에 독립을 얻었다.

모스트. 오스만 제국 지배를 받던 동안에 건설된 것으로 푸른 강을 건너는 아치형 석조 다리이다. 1993년 11월 트리아티아군의 대규모 공격에 심히게 손상됐다가 이후 폭격에 완전히 파괴되었다.

모스타르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있는 가장 중요한 도시이다. 네레트바 강 깊은 계곡에 우뚝 솟은 역사적인 도시로, 옛 터키 양식 주택과 ‘스타리 모스트(Stari Most)’라는 오래된 다리로 유명하다. 15, 16세기 오스만 제국 전초기지로 건설된 모스타르는 19, 20세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대에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로 꼽히는 스타리 모스트는 오스만 제국 지배 하에 건설된 아치형 석조다리이다.

아름다운 다리는 1993년 11월 트리아티아군의 대규모 공격에 심하게 손상됐다가 이후 포격에 완전히 파괴되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정부는 다리가 무너진 9월 11일을 국가 기념일로 정했으며, 유네스코 지원으로 복원된 다리는 2005년 세계역사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다리 중심으로 도시 전체가 오스만 제국 이전 건축, 동오스만제국 건축, 지중해와 서유럽 건축양식 등 여러 문화가 어우러진 훌륭한 본보기라고 한다. 특히, 오늘날 국제적인 협력과 다양한 문화적·민족적·종교적 공동체의 공존과 화해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

1993년, 탱크 포격으로 다리가 붕괴되었을 때 현장에 있었다는 호텔 주인 아저씨는 내전 때 다친 부상만큼 당시를 심장을 찢는 아픔이라고 표현했다. 도시와 나라 전체를 상징하는 아픔은 네레트바 강 바닥에 잠긴 다리 조각과 함께 눈물로 묻었다고 한다. 지금은 관광객을 받으며 지나간 과거로 이야기되지만. 이 지역 모든 사람들에게는 ‘심장에 가둔 돌’이라 설명해 준다.

유네스코 지원으로 복원된 다리는 2005년 세계역사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24m 높이의 강으로 뛰어 내리는 대회는 1664년 처음으로 개최되어 다리가 복원된 지금까지 계속된다.

다리와 함께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도시를 걷는다. 빛나고 밝은 톤 돌다리에는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다리 위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용감한 사람들이 강 아래로 몸을 던진다. 강 아래에서 탄성과 환호 소리가 들리고 용감한지 무모한지 알 수 없는 젊은이들의 시도를 말리거나 부추기며 시끌벅적하다. 한창 웅성거리던 소리를 잠재우는 큰 물소리에 이어 “와아!” 하는 탄성들이 들린다. 누군가 또 강으로 뛰어내린다. 대회는 아니지만 여름철 다리 위에서는 젊음과 역사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실제 24 높이의 강으로 뛰어내리는 대회가 있다고 한다. 1664년 처음으로 개최된 대회는 다리가 복원된 지금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올드 바자르. 가파른 언덕에 구불구불한 좁은 도로를 따라 이어진 옛 시가지는 다양한 문화적·민족적·종교적 배경을 보여준다.

진초록빛 강물이 ‘풍덩’거리는 소리와 함께 빛에 반사되는 물보라가 하얀색 다리 위 돌담길 색깔을 다양하게 바꿔준다. 하루 동안에도 여러 차례 다른 색상을 띈다는 다리는 세월의 무게를 잊고 사람들을 건네준다. 가파른 언덕에 구불구불한 좁은 도로를 따라 이어진 옛 시가지는 다양한 문화적·민족적·종교적 배경을 보여준다.

구시가지에서 만난 사람들. 도시에는 무역소와 공예품 건물들이 자리하고 특별히 목재나 석재로 만들어진 상점과 석조 창고들이 길을 따라 들어서 있다.

구시가지를 벗어나 모스타르 여러 볼거리를 찾아 걸었다. 돌로 된 도시에는 무역소와 공예품 건물들이 자리하고 특별히 목재나 석재로 만들어진 상점과 석조 창고들이 길을 따라 들어서 있다. 강가 옆 카페에 앉아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가려진 돌담의 역사를 생각하며 해지는 하루를 마무리한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