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세계일보
작성일
2019. 0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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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발칸반도] 성모마리아 승천성당의 종이 울리면… “소원을 말해봐”

[여행] 성모마리아 승천성당의 종이 울리면… “소원을 말해봐”

[박윤정의 원더풀 발칸반도] (17) 크로아티아 풀라&슬로베니아 포스토이나·블레드·류블랴나

아드리아해 항구도시 크로아티아 리예카를 떠나 해안가를 1시간30분을 달려 풀라에 도착했다. 머무를 숙소는 호텔이 아닌 가정집 별채다. 시내 번화가가 아닌 주택지에 위치한 까닭에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주인집 딸이 골목 입구까지 나오는 친절을 베풀어 주었다. 가족 모두 나갈 채비를 하고 있던 주인은 시내에서 열리는 야회 음악회를 갈 예정이라고 한다. 서둘러 함께 나가자고 청한다. 먼저 식사를 하고 싶어 풀라에서 가장 좋은 식당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한 후, 나중에 합류하기로 했다.

크로아티아 이스트라반도 최남단에 있는 풀라의 시장에서 물건을 보고 있는 현지인들.

짐을 정리하고 여행에 지친 남루한 모습 대신 깔끔하게 차려입고 식당으로 향했다. 들어선 순간 우아하게 차려입은 사람들과 분위기를 보니 관광객들보다는 지역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당 분위기다. 입구에는 우리네 식당처럼 유명인의 방문 흔적이 사진과 함께 걸려 있고 친절한 직원이 미소로 반긴다. 이탈리아에서 멀지 않은 풀라는 크로아티아 이스트라반도 최남단에 있으며 이스트라반도에서 가장 큰 도시다. 와인과 음식이 유명하다는 말을 듣고 특별한 식사를 즐기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설명하니 직원이 세심하게 친절을 베풀어준다. 추천한 화이트 와인으로 풀라에서의 멋진 식사를 시작한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을 광장에서 열리는 야외음악회에 들렀다. 숙소를 내어 준 주인집 가족들 곁에 앉아 밤하늘에 조용히 퍼지는 클래식의 향연을 감상하니 고향의 품속처럼 포근하다. 이방인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주민들의 환대에 감사하며 늦은 밤 숙소로 돌아와 편안한 잠자리에 들었다.

풀라에서 가장 유명한 풀라 아레나 원형 경기장은 로마 콜로세움과 동시대에 건축됐다.

아침 일찍 창가에 스며든 햇볕이 따스하다. 지난 밤 와인 향기에 젖은 포만감과 음악회의 포근함으로 여행 피로를 덜어내고 깊게 잠들었다. 온화한 기후와 푸른 바다 내음, 숙소 마당에 어우러진 나무들을 바라보니 자연의 품안에 있는 듯하다. 오랜 전통을 가진 포도주 양조업과 어업으로 유명한 이곳에서 자연이 선물한 음식과 와인이 잘 어우러진 식사를 경험하고 간단한 아침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며 시내로 향했다. 야외음악회로 흥겨웠던 전날 밤과는 달리, 조용한 시내는 새신부같이 수줍은 모습이다. 시내 관광지로 가장 유명한 곳이 풀라 아레나다. 한때 검투사 싸움터였던 원형 경기장은 로마 콜로세움과 동시대에 건축됐다고 한다. 당시는 약 2만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오늘날까지 가장 잘 보존된 고대 원형극장의 하나다. 여전히 영화제, 콘서트, 오페라, 발레, 스포츠 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데, 아직도 5000여명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슬로베니아의 포스토이나 동굴은 전체 길이가 2만570m에 달하는 거대한 카르스트 동굴로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큰 동굴이다. 동굴에는 홀과 통로가 있고 열차를 타고 동굴 안을 둘러볼 수 있다.

원형경기장을 떠나 슬로베니아의 포스토이나로 향했다. 2시간여를 달려 슬로베니아 대표적 관광지인 포스토이나 동굴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부터 관광객들이 줄을 서있다. 전체 길이가 2만570m에 달하는 거대한 카르스트 동굴로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큰 동굴이다. 동굴에는 홀과 통로가 있고 열차를 타고 동굴 안을 둘러볼 수 있다. 콘서트장과 회의실도 갖추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슬로베니아 석회암 지대 동굴은 1000개가 넘는다. 석회암이 지하수에 녹아 대규모 동굴을 형성하는 카르스트 지형도 슬로베니아의 크라스(Kras) 지역을 일컫는 독일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머리 위로 떨어진 물방울을 맞고 축축한 습기를 느끼며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운 종유석을 바라보니 카르스트 지형을 대표하는 포스토이나에 와있다는 것이 실감난다.

포스토이나 동굴에 들어가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관광객들.

포스토이나 동굴 근처 공원 앞에서 바삭하게 구워지고 있는 통돼지 구이.

지하세계는 조명을 받은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종유석으로 마치 우주의 다른 행성에 와 있는 신비로움을 불러온다. 한 시간여의 지하세계 여행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동굴 근처 공원 앞에서 바삭하게 구워진 통돼지 구이가 관광객의 식욕을 자극한다. 통돼지 구이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블레드로 길을 나섰다.

블레드호수와 블레드성은 슬로베니아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빙하 활동으로 형성된 호수 안에 있는 섬에는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이 있고 종이 울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전해진다.

그림 같은 블레드 호수 풍경이 마음을 정화해주는 듯하다.

지하 세계의 신비함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호수의 아름다운 전경을 맞이한다. 포스토이나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블레드는 슬로베니아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빙하 활동으로 형성된 블레드호수와 블레드성으로 유명하다. 온난한 기후 때문에 예전부터 유럽 귀족들의 사랑을 받던 지역으로 오늘날까지 전 세계의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 촬영지로도 알려져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도 찾아오고 있다. 호수 안에 있는 섬에는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이 있고 종이 울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전해진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으로 꾸며진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 구시가지 중심가를 접하는 순간 매력에 빠진다.

독일의 크림 케이크에서 유래한 슬로베니아 크림 케이크, 크렘나 레지나(kremna rezina)를 커피 한 잔과 맛보니 평화로운 풍광과 어우러져 더없이 달콤하게 다가온다. 달콤한 케이크로 오후의 피로를 덜어내고 기운차게 성에 올랐다. 산책 겸 돌길을 밟고 오르니 그림 같은 블레드 호수의 전경이 마음을 정화해주는 듯하다.

많은 성과 그보다 더 많은 교회가 있는 도시 류블랴나는 과거와 현재의 발전이 어우러진 덕인지 1997년 5월에 유럽의 문화 수도로 선정됐다.

블레드를 떠나 40분쯤 되니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 도착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으로 꾸며진 외관과 둥근 천장이 있는 구시가지 중심가를 접하는 순간 매력에 빠진다. 그동안 보아 왔던 수많은 바로크 양식 교회와 궁전과는 색다른 우아함이 깃들어 있다. 도시 전체가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을 보는 것처럼 도시 구석구석이 예술품으로 가득 차 있다. 많은 성과 그보다 더 많은 교회가 있는 도시 류블랴나는 과거와 현재의 발전이 어우러진 덕인지 1997년 5월에 유럽의 문화 수도로 선정됐다. 류블랴나 시민들이 사랑하는 아름답고 여유가 느껴지는 시내의 커피 하우스에서 시간을 즐긴다. 커피향은 도시를 감싸고 관광객에게 낭만을 선사한다. 작은 갤러리와 개인 상점이 많이 있는 구시가지에서 류블랴나의 매력을 맘껏 누리고 다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로 향한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